썡媛

강소농

자연의 순리에 농부의 솔직함을 담은

초야농원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 알프스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새 울음소리가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초야농원이 있다. ‘초야란 시골 땅에 풀이 나 있는 들이라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농원과 어울리는 이름은 땅을 살리면서 자연의 순리대로 농사짓자는 의미로 지었다. 농원이 아늑하고 편안한 낙원처럼 늘 마음에 남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남편 조경우(41) 씨와 아내 박금용(43) 씨의 꿈이다.

 


 

 

겸손한 뱁새가 되어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는 부부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원래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인 게 싫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뱁새인 게 좋아요. 농사짓는 사람이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버텨내는 길은 남 흉내 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야 가능하잖아요. 형편을 넘어서면 가랑이가 찢어지니까요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를 언제라도 느낄 수 있도록 땅과 먹을거리를 오염시키지 않고자 노력한다는 이곳. ‘초야농원지기는 꼼꼼한 남편 조경우 씨와 대범한 아내 박금용 씨다. 7년간 매일 작물들과 교감을 나누는 이들 부부에게는 자연스럽게 땅을 일구는 마음이 배어있다.

청양이 고향인 남편 경우 씨는 IMF가 터지고 고향에 내려온 후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식량자원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시골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던 대전 토박이 금용 씨를 만나 결혼도 했고, 귀염둥이 아들과 딸 그리고 부모님까지 3대가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고 있다.

올해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잦은 비까지 내리면서 참깨 수확량에 염려가 많은 부부는 빽빽하게 채워진 1년 영농일지를 공개했다.

4월과 5월 고사리를 시작으로 5월과 6월 말까지 오디와 참깨를 심는데, 이때 비 오는 날이면 고구마를 심는다. 7월이 되면 들깨모를 2주 정도 심으며, 8월 둘째 주까지 블루베리를 수확한 후, 참깨 작업을 마치면 11월까지 구기자를,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 사과대추와 고구마, 이어 10월 말까지 콩과 들깨 수확을 한다.

겨울에도 이들 부부의 일은 끝이 없다. 같은 동네 20여 가구가 세운 새울길영농조합법인의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청양의 알프스마을에서 판매할 청국장 만들기와 콩나물, 두부 등을 작업한다.

 


 

 

직접 농사지은 들깨로 볶지 않고 저온 가열한 생들기름

사실 초야농원의 대표상품은 생들기름이다. 알프스마을에서 판매를 하면서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시작한 생들기름 사업은 ‘2016 청년농업인 사업에 선정돼 가공시설을 완비하면서 본격화했다.

공장 문을 열었을 때 시골 방앗간이나 동네 기름집에서 풍기던 특유의 들기름 냄새가 진동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구수한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극적인 들기름 냄새는 들깨를 고온에서 들들 볶을 때 나는 냄새입니다. 생들기름에서는 들깨 자체의 자연스러운 향만 나옵니다. 볶지 않고 기름이 나올 정도만 가열해서 기름을 짠 것을 보통 생들기름이라고 합니다

금용 씨의 설명은 생들기름 질감처럼 부드럽고 막힘이 없다.

사실 가공공간은 아담하다 못해 비좁아 보였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의 자부심은 크기만 하다. 생들기름은 정성껏 농사지은 들깨만을 사용하며, 생산자 실명제로 원재료의 신뢰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들기름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귀한 들기름으로, 볶은 기름과 비교하면 양이 엄청 적게 나온다. 볶는 과정 없이 생으로 단 한 번만 기름을 짜기 때문이다.

일 년 사계절 바쁘게, 그렇지만 빈틈없이 돌아가는 이들 부부는 생산계획부터 남다르다. 주요작업과 거름과 제, 작물관리, 채취시기 등의 관리와 작업계획을 월별로 짜서 실행한다. 또한, 자재계획표도 짠다. 거름과 자재목록, 생활비 등을 구체적으로 미리 계획을 세우니 한 해 전체 수입 규모가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취재에 동행한 충남 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유문조 창업전문위원은 현실감 있는 컨설팅으로 이들 부부에게 인기가 높다. 유 위원은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생산하겠다는 젊은 부부의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돕겠다라고 말한다.

 


 

 

자연을 벗 삼은 여유와 힐링, 행복한 전염으로 퍼지길 기원

농사와 가공까지 힘이 들어도 가치가 있다는 이들 부부. 천천히 놀이 삼아 즐기면서 일하니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하다. 풍요 속에서도 힘들어하는 요즘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농촌에서 힐링할 방법이 아닐까. 세상일이라는 게 욕심내지 않고 편하게 마음먹고 살면 그에 걸맞은 생활이 절로 따라주는 듯하다.

이들 부부는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참 맑다. 농사일로 바쁠 때도 눈길을 서로 잘 맞춘다. 맑은 정신을 교감하면서 같은 생각인 이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부부에겐 큰 행복이다. 더불어 금용 씨는 7년 만에 시골에서 사는 방법을 제대로 익힌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간 다행인 점이라면 자연의 순리와 생명에 눈을 뜬 거예요. 도시에서 너무 바쁘게 살다가 이렇게 여유롭게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경이롭기까지 하니까요(웃음)”

겨울에는 나무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봄엔 작물이 움트듯 시작하고, 여름에는 일찍 일어나고, 가을은 풍성한 마음으로 일하니 생체리듬을 자연에 맞춘 것 같다고 자랑이다.

무엇이든 마음의 잣대가 중요한 법. 가치를 돈으로만 따지면 농사지어 성공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은 여유로운 생활에 기준을 두어 항상 성공한 인생을 산다. 앞으로는 부부의 행복을 넘어 마을 전체가 잘 살도록 나름대로 이바지할 생각도 있다.

표정이 참 맑고 닮은 부부를 취재하며 어딘지 모를 깊이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바쁜 농사일 방해만 하다가 돌아온 것 같아 미안했다. 이렇듯 초야농원은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간, 그 에너지가 잉크 퍼지듯 넓어져 행복한 전염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취재_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 초야농원조경우, 박금용 부부

취재_충청남도 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전용식 전자상거래 전문위원 saenong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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